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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를 마시다 보면 '이탄향' 또는 '피트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아니면 상대가 건낸 술에 강한 치과냄새를 맡고 눈살을 찌뿌린 경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특유의 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이탄(peat)입니다. 이탄을 영어로 peat라하기 때문에 '피트향'이라고 하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탄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리고 위스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탄이란 무엇인가?
이탄(peat)은 수천 년 동안 자연적으로 쌓인 식물과 나무의 잔해들이 썩지 않고 압축되어 형성된 땅속의 연료입니다. 쉽게 말하면, 땅 속에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발굴되는 일종의 '미래의 석탄'인 셈이죠. 이탄은 수분이 많고, 태우면 아주 독특한 연기를 내뿜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다룬 '위스키 제조과정' 중 1번째 단계 몰팅에서 이 이탄이 사용됩니다. 그래서 이 연기를 활용해 위스키를 만들 때 특별한 향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목차에서 다루겠습니다.
Tip: 이탄은 완전히 썩지 않고 보존되기 때문에 태우면 보통 나무나 풀과는 다른 독특한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위스키에도 특유의 향을 남깁니다. 이 향은 호불호가 아주 강하기 때문에 피트 위스키를 도전할 때에는 다른 사람이 오픈한 위스키로 시음 기회를 얻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가끔 취향에 맞지 않는다며 맛만 본 피트 위스키가 선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탄은 어디에서 나올까?
이탄은 주로 습지나 늪지에서 형성됩니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같은 나라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이 지역은 위스키로도 유명하죠. 이탄은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잘 형성되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자주 내리는 스코틀랜드의 서부나 아일랜드의 넓은 습지에서 주로 채굴됩니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아일라(Islay) 지역은 이탄향이 강한 위스키로 유명해요.
이탄을 채굴하는 방법
이탄은 땅 속에 깊이 묻혀 있지 않아서 비교적 쉽게 채굴할 수 있습니다. 큰 삽이나 기계로 땅을 파내어 이탄을 꺼내는데, 이 과정을 이탄 채굴이라고 합니다. 채굴된 이탄은 햇볕에 말려 연료로 사용될 준비를 합니다. 잘 말린 이탄은 태울 때 진하고 매운 연기를 내며, 위스키 제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Tip: 이탄은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서 건조 과정이 필수입니다. 건조되지 않은 이탄은 제대로 태울 수 없기 때문에 말리기 전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위스키 제조에서 이탄의 사용방법
이탄은 위스키를 직접 만드는 재료가 아닙니다. 몰팅 과정에서 사용되죠. 보리를 말릴 때 연료로 이탄을 태우면, 그 연기 속에 스며든 강한 향이 맥아에 배어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탄향이 위스키에 남는 거죠. 이걸 통해 만들어진 맥아가 위스키 제조의 기초가 됩니다.
Tip: 예전에는 모든 위스키가 이탄을 연료로 사용했지만, 요즘은 이탄 대신 석탄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탄대신 석탄을 사용하여 위스키에 더 부드러운 맛을 냅니다.
이탄이 위스키에 미치는 영향
이탄을 태울 때 나는 연기는 위스키에 독특한 향을 더해줍니다. 이 향은 마치 모닥불, 훈제된 음식, 약품 같은 냄새를 떠올리게 하죠. 그래서 이탄을 사용한 위스키는 '스모키하다'라고 표현합니다(하지만 사회적 약속이나 한 듯 우리모두 '치과향'이라고 합니다). 이탄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그 향은 더욱 강해지고, 위스키의 개성도 뚜렷해집니다. 현대에는 이탄 향을 인공적으로 입히기도 합니다.
Tip: 이탄향은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이 강한 스모키한 맛에 푹 빠지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고수나 평양냉면에 흠뻑 빠진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진입장벽이 높고, 탈출구는 없습니다.
피트 레벨(Peat Level)
위스키에서 이탄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피트 레벨이라고 부릅니다. 피트 레벨은 'PPM(Parts Per Million)'이라는 단위로 측정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위스키에 이탄향이 강하게 남습니다. 보통 20-40 PPM은 부드러운 편이고, 100 PPM이 넘는 위스키는 이탄향이 아주 강하게 느껴집니다.
Tip: 피트 레벨이 높다고 무조건 위스키가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강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으니 마이너를 위한 마이너가 되지맙시다.
이탄향이 강한 위스키와 입문자 추천 위스키
이탄향이 강한 위스키의 대표적인 예는 스코틀랜드 아일라(Islay) 지역의 위스키입니다. 특히 라프로익(Laphroaig), 아드벡(Ardbeg), 라가불린(Lagavulin) 같은 위스키는 이탄향이 매우 강하고 스모키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탄향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드러운 것을 추천드립니다. 보모어(Bowmore)나 탈리스커(Talisker) 같은 위스키는 적당한 피트 향을 가지고 있어, 이탄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Tip1: 이탄향이 강한 위스키는 차갑게 마시기보다는 살짝 미지근한 상태에서 마시는 것이 그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입니다.
Tip2: 탈리스커는 짭쪼름한 맛까지 더 해 바다를 떠올리는 재미있는 경험을 줍니다.
이탄은 위스키에 특별한 개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강한 연기향과 스모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필수적인 재료죠. 다음번에 위스키를 마실 때, 이탄향이 느껴지면 그 특별한 풍미의 비밀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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